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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대표 트레킹 코스 3선

by tripdongbaek 2025. 4. 18.

뉴질랜드 남섬 트레킹 코스 밀포드 트랙 관련 사진
뉴질랜드 남섬 트레킹 코스 밀포드 트랙

 

뉴질랜드는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걷는 순간마다 자연과 완전히 연결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나라입니다. 바다와 산, 빙하와 화산이 어우러진 이 땅에서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국립공원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트레킹(현지에서는 ‘트램핑 tramping’이라 불리는)은 뉴질랜드 여행의 꽃이라 할 수 있으며, 그중에서도 'Great Walks'라 불리는 대표 트레킹 코스들은 전 세계 트레커들의 로망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뉴질랜드에서 꼭 한 번 걸어봐야 할 대표 트레킹 코스 3곳을 직접 걸은 듯한 생생한 시선으로 소개합니다. 풍경과 난이도, 준비 팁까지 자세하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밀포드 트랙(Milford Track) –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길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길’이라는 별명을 가진 밀포드 트랙은 뉴질랜드 남섬 남서부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에 위치한 트레일입니다. 총길이는 약 53.5km이며, 일반적으로 4일에 걸쳐 걷게 됩니다. 여정은 테아나우 호수의 글레이드 와프(Glade Wharf)에서 시작해, 클린턴 밸리(Clinton Valley), 맥키넌 패스(McKinnon Pass)를 지나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로 이어집니다. 빙하가 만들어낸 계곡과 울창한 원시림, 500m 높이에서 떨어지는 서덜랜드 폭포(Sutherland Falls) 등 자연의 극치를 체감할 수 있는 구간이 이어집니다. 트레일은 대부분 완만한 편이지만, 두 번째 날부터 본격적인 산악 구간이 시작되며, 특히 맥키넌 패스를 오르는 구간은 체력 소모가 큽니다. 하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그 모든 수고를 잊게 만들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밀포드 트랙은 숙소(도크)와 일일 입장 인원이 철저히 관리되기 때문에, 하이 시즌(11~4월)에는 최소 3~4개월 전 예약이 필요합니다. DOC(Department of Conservation) 홈페이지에서 공식 예약이 가능하며, 숙소에는 취사시설과 침대가 마련되어 있어 간단한 식재료와 장비만 챙기면 됩니다. 트레킹을 마치고 도착하는 밀포드 사운드에서는 유람선을 타고 피오르드의 절경을 감상하는 것으로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어, 감성과 완성도를 모두 갖춘 코스입니다.

 

2.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Tongariro Alpine Crossing) – 화산과 판타지의 세계

북섬에 위치한 통가리로 국립공원의 핵심 트레킹 코스인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은 하루 만에 완주 가능한 19.4km의 코스입니다. 뉴질랜드의 3대 활화산 중 하나인 통가리로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 트레일은 극적인 화산 지형과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도 유명합니다.

 

트레킹은 새벽에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주차 후 셔틀버스를 타고 출발점(Mangatepopo Car Park)으로 이동한 뒤 Ketetahi 쪽으로 하산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하이라이트는 에메랄드 색을 띠는 분화구 호수들(Emerald Lakes)과 레드 크레이터(Red Crater)입니다. 이색적인 붉은 사암지대, 검은 화산재, 연기가 피어오르는 지열지대는 마치 다른 행성에 와 있는 듯한 비현실적인 풍경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코스는 일일 트레킹이지만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고도 상승이 크고, 날씨 변화가 매우 심하며, 특히 강풍과 눈, 안개가 자주 나타납니다. 따라서 반드시 튼튼한 등산화와 방풍 재킷, 비상식량, 물을 준비해야 합니다. 트레킹 도중 중도 포기 시 대피소는 없으므로 사전 날씨 확인과 체력 점검은 필수입니다. 계절마다 호수 색감과 풍경이 달라지므로, 여러 번 걷는 이들도 많습니다.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은 뉴질랜드 대자연의 극적인 면모와 도전 정신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트레일로, 트레킹 애호가라면 반드시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3. 루트번 트랙(Routeburn Track) – 호수와 산맥이 어우러진 서사적 풍경

밀포드 트랙과 더불어 가장 인기 있는 트레킹 코스 중 하나인 루트번 트랙은 피오르드랜드와 마운트 아스파이링 국립공원을 연결하는 32km의 트레일입니다. 일반적으로 2박 3일 코스로 진행되며, 출발점은 퀸스타운 근처 루트번 쉘터(Routeburn Shelter) 또는 글렌오키(Glenorchy) 쪽에서 시작합니다. 루트번 트랙의 가장 큰 매력은 다채로운 풍경입니다. 짧은 거리 안에 알파인 산맥, 빙하 계곡, 에메랄드빛 호수, 폭포, 삼림 지대 등 뉴질랜드의 대표 자연경관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첫째 날은 숲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며 루트번 폭포 근처에서 캠핑하거나 하트를 롯지(Hut)에서 숙박하게 되고, 둘째 날은 해발 1,255m의 해리스 새들(Harris Saddle)을 넘어가는 고산지대 루트를 걷습니다. 이 구간은 날씨가 맑다면 마운트 에라니어스(Mount Earnslaw)의 설산 풍경과 함께 탁 트인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순간입니다. 루트번 트랙 역시 밀포드와 마찬가지로 사전 예약이 필수이며, 트레킹 종료 지점과 출발 지점이 달라 차량 이동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셔틀버스를 이용하거나, 차량 전송 서비스를 이용해 차량을 반대편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특히, 루트번은 대체로 가족 단위 하이커나 중급자에게 적합한 코스로, 하루 약 10km 정도만 걷기 때문에 여유 있게 풍경을 감상하며 걷기 좋습니다. 자연을 좋아하지만 극한의 코스는 부담스러운 분들에게 추천하는 이상적인 트레킹입니다.

 

 

뉴질랜드의 트레킹 코스는 단순한 운동이나 취미가 아닌, 자연과 사람이 조용히 대화하는 방식입니다. 밀포드 트랙에서의 고요한 숲과 폭포 소리, 통가리로의 바람 부는 화산지대, 루트번의 해리스 새들 위에서 바라보는 설산, 이 모든 순간은 말보다 더 깊은 감동을 줍니다. 하루 혹은 며칠을 걷는 동안, 우리는 마음을 비우고 자연의 리듬에 몸을 맡깁니다. 그 안에서 새로운 나를 만나기도 하고, 그동안의 고민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번 뉴질랜드 여행에서는 차창 밖 풍경을 보는 대신, 직접 그 속을 걷는 트레킹에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는, 특별한 여정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