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를 처음 여행한다면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를 잇는 여정은 가장 완벽한 루트 중 하나입니다. 이 세 도시는 각각 전혀 다른 개성과 감성을 지니고 있어, 짧은 일정 속에서도 깊이 있는 여행이 가능합니다. 고대 유적의 웅장함을 품은 로마, 르네상스의 감성이 살아 있는 피렌체, 수로 위의 도시 베네치아. 이탈리아의 역사와 예술, 일상이 어우러진 대표 도시들을 7박 9일 동안 알차게 여행할 수 있는 코스를 자세히 소개합니다. 특히 매력적인 장소 위주로 구성해서 편안하고 감성적인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정리해 보았습니다.
1~3일차 : 역사의 무게를 느끼는 로마
여행의 시작은 고대 로마의 중심, 로마입니다.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하면, 유럽 특유의 햇살과 바람, 그리고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로마는 도시 자체가 박물관이기에, 걸으며 즐기는 여행이 가장 좋습니다.
첫째 날에는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 팔라티노 언덕을 중심으로 고대 로마 제국의 흔적을 따라가 보시기 바랍니다. 콜로세움의 거대한 외형 앞에 서면, 과거 검투사들의 함성이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포로 로마노는 옛 공공 광장이자 정치 중심지로, 당시 로마인의 삶을 상상하며 걷기 좋습니다.
둘째 날에는 트라스테베레 지역을 추천합니다. 테베레 강 너머에 위치한 이곳은 관광객보다 현지인이 많은 동네로, 진짜 로마의 일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좁은 골목, 벽돌색 건물, 작은 광장과 벤치에서 오후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트라스테베레에는 감각적인 카페와 레스토랑도 많아 미식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셋째 날은 트레비 분수, 판테온, 나보나 광장, 스페인 계단 등 로마의 대표적인 거리 명소들을 둘러봅니다. 모두 도보로 이동 가능하며, 사진을 남기기 좋은 스폿들입니다. 오후에는 로마의 대표 시장인 캄포 데이 피오리(Campo de’ Fiori)를 방문해 로컬 음식과 분위기를 즐겨보는 것도 좋습니다. 로마에서의 3일은 걷고, 마시고, 바라보는 시간으로 채우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4~6일차 : 감성과 예술이 흐르는 피렌체
로마에서 피렌체까지는 고속열차로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피렌체에 도착하면 도착과 동시에 공기가 달라진 것을 느끼게 됩니다. 피렌체는 한적하고 정돈된 도시이며, 예술과 감성이 일상에 녹아든 곳입니다.
첫째 날은 시뇨리아 광장과 베키오 궁전, 우피치 미술관으로 이어지는 루트를 추천합니다. 광장에서는 거리 공연과 예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으며, 우피치에서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다빈치와 라파엘로의 명작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단, 사전 예약은 필수입니다.
둘째 날은 아르노 강변을 따라 걷다가 베키오 다리를 건너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향합니다. 언덕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약간의 체력을 요구하지만, 도착하면 붉은 지붕 위로 펼쳐지는 피렌체 전경이 보답해 줍니다. 일몰 시간에 맞춰 올라간다면, 여행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셋째 날은 좀 더 가볍게 도시를 느끼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산 로렌초 시장에서는 가죽 제품과 기념품, 간단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고, 메르카토 첸트랄레(Mercato Centrale)에서는 현지 음식과 와인도 저렴하게 맛볼 수 있습니다. 따로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피렌체의 골목을 그냥 걸어보는 것도 이 도시에서는 훌륭한 여행이 됩니다.
7~9일차 : 수로의 도시, 베네치아의 낭만
피렌체에서 베네치아는 고속열차로 약 2시간 5분 정도 소요됩니다. 산타루치아 역에 도착해 밖으로 나오면 펼쳐지는 수상 도시의 전경은 누구라도 탄성을 내지르게 만듭니다. 도로 대신 물길, 자동차 대신 바포레토가 다니는 도시, 걷는 속도마저 느려지는 도시가 바로 베네치아입니다.
첫째 날에는 리알토 다리와 주변 시장부터 산책을 시작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수세기 전부터 도시의 중심이었던 리알토는 지금도 베네치아의 심장 같은 곳입니다. 상점들 사이로 난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산 마르코 광장에 다다르게 됩니다. 웅장한 대성당은 외관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고, 광장 앞 카페에서는 음악과 함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습니다.
둘째 날은 무라노와 부라노 섬을 방문합니다. 무라노는 유리공예의 중심지로, 유리박물관과 작은 작업장을 견학하며 장인의 손길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습니다. 부라노는 집집마다 다른 색깔의 파사드가 인상적인 마을로, 걷기만 해도 마음이 환해지는 장소입니다. 특히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면 부라노는 꼭 가봐야 할 곳입니다.
마지막 날은 도시를 천천히 정리하는 느낌으로, 카날 그란데를 따라 바포레토를 타고 한 바퀴 도는 여정을 추천합니다. 수로를 따라 흐르는 도시의 풍경은 다른 곳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함을 줍니다. 마지막 저녁은 현지 식당에서 해산물 파스타와 함께 와인 한 잔으로 마무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낭만적인 베네치아의 밤은 그렇게 조용히 마무리됩니다.
로마의 역사, 피렌체의 예술, 베네치아의 낭만을 다 느껴보고 둘러보시고 싶으신가요? 굳이 성당이나 종교 유적을 중심으로 여행하지 않아도, 이탈리아의 깊이와 풍요로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걷고, 보고, 쉬고, 다시 걷는 이 흐름 속에서 여행자는 자기만의 감정을 발견하게 됩니다. 7박 9일, 짧다면 짧지만 알차게 여행한다면 평생 마음에 남을 이탈리아의 장면들을 충분히 담아 올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