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여행은 자연과 도시, 예술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진짜 이 나라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먹는 것’입니다. 단순히 한 끼 식사가 아니라, 음식과 음료에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정서와 삶의 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현지인들이 아침마다 마시는 마테차에서부터, 와인 한 잔과 함께 나누는 저녁 식사, 소고기 아사도와 달콤한 디저트까지, 이 글에서는 아르헨티나 여행 중 꼭 맛봐야 할 대표 먹거리들을 직접 먹고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소개합니다. 현지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식탁 위의 여정을 따라가 보시기 바랍니다.
1. 마테차 – 아르헨티나인의 일상 속 전통
마테차(Mate)는 단순한 차 음료가 아니라,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상징하는 존재입니다. 길거리, 공원, 심지어 버스 안에서도 마테 컵을 들고 있는 현지인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이 들고 있는 것은 ‘마테(Mate)’라는 호리병 모양의 컵과 ‘봄비야(Bombilla)’라는 금속 빨대인데, 여기에 ‘예르바 마테(Yerba Mate)’라는 찻잎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는 방식입니다. 처음에는 씁쓸하고 낯선 맛에 당황할 수 있지만, 몇 번 마시다 보면 그 특유의 구수한 맛과 은근한 카페인 효과에 익숙해지게 됩니다.
더 중요한 건 ‘함께 나눈다’는 문화입니다. 마테는 친구, 가족, 동료와 함께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는 상징적인 행위로, 상대방에게 마테를 건네는 건 신뢰와 친밀함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여행 중 공원에 앉아 마테를 마시는 현지인에게 말을 걸면, 대부분은 환하게 웃으며 당신에게도 한 모금 권합니다. 그 짧은 순간이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따뜻한 기억으로 남게 될 수도 있게 됩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시장이나 카페에서는 기념품으로 마테 세트를 구입할 수도 있고, 현지 카페에서는 설탕을 넣거나 다양한 허브와 블렌딩한 마테도 맛볼 수 있습니다.
2. 아사도와 엠파나다 – 고기와 반죽이 만든 소박한 풍요
아르헨티나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당연히 ‘아사도(Asado)’, 즉 바비큐입니다. 아사도는 단순히 고기를 굽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의식이자, 가족과 공동체가 함께 모이는 전통적인 식사 문화입니다. 정통 아사도는 커다란 철망 그릴에 소고기, 소시지(초리소), 피소시지(모리시야), 갈비(코스티야) 등을 올려 숯불에 천천히 익혀내는 방식입니다. 짭짤한 소금 간만으로도 고기의 본연의 풍미가 살아 있고, 치미추리(Chimichurri)라는 허브, 마늘, 식초 베이스의 소스를 곁들이면 맛이 한층 깊어집니다. 현지의 가정집에 초대받아 아사도 디너를 경험한다면 정말 행운이지만, 일반 레스토랑에서도 ‘파리야(Parrilla)’라는 이름으로 스테이크나 아사도를 즐길 수 있습니다. 고기 한 접시에 감자튀김, 샐러드, 그리고 말벡 와인 한 잔이면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식사가 됩니다.
또 하나의 국민 간식은 ‘엠파나다(Empanada)’입니다. 만두나 고로케처럼 속재료를 반죽에 싸서 구운 음식으로, 소고기, 닭고기, 치즈, 햄, 옥수수 등 다양한 버전이 존재합니다. 지역마다 스타일도 다르고, 속재료도 제각각이라 한 도시에서 여러 종류를 맛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작은 빵 하나에 담긴 정성과 향신료의 향이 깊어, 여행 중 언제든 가볍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간식이 됩니다.
3. 아르헨티나 와인과 디저트 – 말벡과 둘세 데 레체의 조화
아르헨티나는 세계 5대 와인 생산국 중 하나로, 특히 멘도사(Mendoza) 지역의 말벡(Malbec)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진한 보랏빛과 묵직한 바디감, 탄닌의 부드러움이 어우러진 말벡 와인은 고기 요리와 완벽하게 어울리며, 향만 맡아도 포도의 농익은 풍미가 느껴집니다. 멘도사에서는 와이너리 투어를 통해 직접 포도밭을 걷고, 와인을 시음하고, 전문가에게 설명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그곳에서 마시는 한 잔의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그 지역의 기후와 토양, 시간까지 함께 마시는 느낌을 줍니다.
와인과 함께 마무리로 곁들이기 좋은 디저트는 단연 ‘둘세 데 레체(Dulce de Leche)’입니다. 연유를 오랜 시간 졸여 만든 이 캐러멜 크림은 빵, 과자, 아이스크림, 커피 등 어디에든 잘 어울립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아침 토스트에도, 디저트에도 듬뿍 바르며 달콤한 맛을 즐깁니다. ‘알파호르(Alfajor)’라는 디저트도 꼭 맛봐야 할 간식입니다. 두 개의 쿠키 사이에 둘세 데 레체를 넣고, 초콜릿이나 설탕으로 감싼 이 간식은 마트, 제과점, 카페 등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고, 여행 기념 선물로도 아주 인기가 많습니다. 커피 문화도 빼놓을 수 없는데, ‘카페 콘 레체(Café con Leche, 우유 듬뿍 커피)’나 ‘코르타도(Cortado, 에스프레소+약간의 우유)’는 현지인의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음료입니다. 느릿한 템포의 카페에서 마테차가 아니라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현지인들처럼 앉아 있는 그 여유 또한 여행의 큰 즐거움입니다.
마테차부터 와인까지, 아르헨티나의 먹거리는 단순히 맛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철학이 담긴 이야기입니다. 한 모금의 마테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환대, 한 입의 아사도에서 전해지는 정성과 시간, 한 잔의 와인에서 담아내는 땅의 기운까지, 아르헨티나는 입으로 느끼는 여행의 진수를 보여주는 나라입니다. 식탁 위에서 만나는 문화는 때로는 박물관보다, 관광지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반드시 식사의 순간을 소중히 여겨보시기 바랍니다. 그 속에 이 나라를 이해하는 열쇠가 숨겨져 있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