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는 흔히 ‘패션의 도시’, ‘경제 중심지’라는 수식어로 설명되곤 하지만, 그 이상으로 풍부한 매력을 지닌 도시입니다.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밀라노는 현대적 감각과 고풍스러운 유산이 공존하는 도시로, 단지 화려함만이 아니라 일상 속 여유, 감성적인 거리, 그리고 깊이 있는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밀라노에서 짧게 머물더라도 반드시 경험해 볼 만한 핫플레이스를 중심으로, 여행자 시선에서 추천 루트를 소개합니다. 단순한 명소 나열이 아니라, 그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감성을 함께 담아냈습니다.
1. 브레라 거리 & 브레라 미술관 – 감성의 밀라노를 만나는 길
밀라노가 단지 현대적이고 차가운 도시라고 생각한다면, 브레라 지역을 걸어보는 순간 생각이 바뀔 겁니다. 브레라 거리(Via Brera) 일대는 예술가들이 모여 살던 동네로, 지금도 그 감성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돌바닥과 고풍스러운 건물 사이를 따라 이어지는 이 거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서로 다른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아침에는 갓 구운 크로와상이 진열된 작은 카페에서 현지인들이 조용히 신문을 읽고, 오후에는 아트 갤러리와 부티크 샵을 구경하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길을 걷다 보면 거리 악사나 화가들이 보이고, 그들조차도 이 거리의 한 부분처럼 느껴집니다.
거리 한복판에는 브레라 미술관(Pinacoteca di Brera)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회화의 명작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카라바조, 라파엘로, 만테냐 같은 거장들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다른 대도시 미술관보다 붐비지 않으면서도 예술의 깊이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브레라는 밀라노에서 가장 ‘느낌 있는’ 장소로, 감성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절대 놓쳐선 안 되는 곳입니다.
2. 나빌리오 운하 거리 – 밀라노의 밤을 걷다
밀라노 중심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동네가 나타납니다. 바로 나빌리오(Navigli) 운하 거리입니다. 이곳은 과거 물류 운송을 위해 만들어진 운하였지만, 지금은 밀라노 시민과 여행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나이트 라이프의 중심지로 바뀌었습니다.
특히 주말 저녁, 운하 양쪽에 줄지은 바와 레스토랑은 사람들로 북적이며 음악과 대화 소리, 와인잔 부딪히는 소리가 어우러져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아페리티보(Aperitivo)’ 문화입니다. 저녁 식사 전, 음료 한 잔을 주문하면 간단한 핑거푸드나 뷔페식 안주가 무료로 제공되는 이탈리아식 해피아워죠. 혼자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친구나 연인과 함께라면 더욱 좋습니다. 특히 노을이 질 무렵 운하를 따라 걷는 경험은 밀라노 여행 중 가장 낭만적인 순간이 될 수 있습니다.
길가에는 독립 서점, 예술 포스터 샵, 수공예품 가게들이 있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주말 플리마켓이 열리는 날이면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과 앤티크 소품을 구경할 수도 있습니다. 나빌리오는 단지 먹고 마시는 장소가 아니라, 밀라노가 가진 여유와 예술, 낭만이 가장 진하게 스며든 공간입니다.
3. 포르타 누오바 & 보스코 베르티칼레 – 밀라노의 현재와 미래
밀라노의 모던한 감각을 느껴보고 싶다면 포르타 누오바(Porta Nuova) 지역은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지역은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밀라노의 새로운 중심지로 거듭난 곳으로, 고층 빌딩과 디자인 건축이 조화를 이루는 현대적 풍경이 인상적입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보스코 베르티칼레(Bosco Verticale)’입니다. ‘수직 숲’이라는 이름처럼, 건물 외벽 전체에 나무와 식물이 자라고 있는 이 고층 아파트는 밀라노의 지속 가능성을 상징하는 건축물로도 유명하죠. 자연과 도시, 디자인이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이 공간은 보는 순간 감탄이 나오는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근처의 가에 아울렌티 광장(Piazza Gae Aulenti)은 현대적인 분수와 LED 조명으로 꾸며진 공간으로, 저녁에는 더욱 화려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 지역은 밀라노 패션 회사들의 본사가 몰려 있는 곳이기도 하며, 쇼핑을 즐기기에도 좋고 세련된 카페와 루프탑 바도 많아 젊은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지역입니다.
포르타 누오바는 ‘고전적인 밀라노’와는 또 다른 도시의 얼굴을 보여줍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밀라노의 정체성을 보고 싶다면, 이곳을 꼭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사진 찍기에도 좋고, 한적한 아침 산책에도 너무 운치 있는 곳입니다.
밀라노는 생각보다 훨씬 더 다층적인 도시입니다. 단지 쇼핑의 중심지가 아니라, 예술이 흐르고 낭만이 깃든 골목이 있으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감각적인 공간도 함께 존재합니다. 브레라의 골목, 나빌리오의 저녁, 포르타 누오바의 미래적인 거리, 각각의 핫플레이스는 서로 다른 색을 가지고 있지만 밀라노라는 도시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하게 해주는 퍼즐 조각들입니다. 패션 브랜드나 쇼핑보다 더 오래 마음에 남는 건, 이런 거리의 분위기일지도 모릅니다. 밀라노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