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초여름으로 접어드는 6월, 그 어느 때보다 여행이 간절해지는 시기였습니다. 일상에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발걸음이 닿은 곳은 자연이 숨 쉬는 나라, 캐나다였습니다. 특히 6월의 캐나다는 여행자에게 최고의 선물이 되어줍니다. 맑고 온화한 날씨, 눈부시게 푸른 하늘, 그리고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듯한 대자연이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감동을 전해주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핵심 키워드는 '고요함'과 '자연'이었습니다. 복잡한 도심이나 유명한 관광지도 좋지만, 저는 그보다 조금 더 느리고 한적한 곳에서 깊은 호흡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캐나다 앨버타 주의 밴프(Banff)와 재스퍼(Jasper) 국립공원이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자연 유산을 품고 있는 이 지역은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숨이 멎을 듯 아름답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릴 것 같습니다.
에메랄드빛 호수, 그 평화로운 풍경 속으로
6월의 밴프는 초록이 짙어지는 시기입니다. 아직 산 정상에는 눈이 조금 남아 있었지만, 호수 주변의 풀밭과 숲은 완연한 초여름의 색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바로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입니다.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서 호수를 찾았을 때, 주변은 고요하기만 했습니다. 바람 한 점 없는 수면 위로 주위의 산과 나무가 거울처럼 비치고 있었고, 그 풍경 앞에서는 말이 필요 없었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랄까요. 조용히 벤치에 앉아 한참을 바라보다, 호숫가를 따라 천천히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새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나뭇잎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도시의 소음에 익숙해져 있던 귀에는 그 고요함이 오히려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주변에는 하이킹 코스도 잘 조성되어 있어, 체력에 맞게 걷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특히 레이크 아그네스 티하우스(Lake Agnes Tea House)까지의 트레일은 비교적 완만하면서도 다양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많은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고요한 숲, 재스퍼에서 만난 또 다른 평화
밴프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면 도달하게 되는 재스퍼 국립공원은 조금 더 와일드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곳의 매력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최대한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도로 위를 달리다 보면 야생동물과 마주치는 일도 흔하고, 작은 호수나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사람들의 흔적에서 멀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특히 감명 깊었던 장소는 말린 호수(Maligne Lake)였습니다. 날씨가 맑았던 덕분에, 수면은 유리처럼 반사되어 구름과 하늘, 그리고 나무들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호수 위에서 카약을 타고 천천히 나아가며 보는 풍경은 사진으로도 다 담기지 않을 만큼 깊고 넓었습니다. 짧은 코스로 트레킹을 즐기신 후, 호숫가에 앉아 간단한 도시락을 드시는 것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자연이 주는 위로는 그렇게 소소한 순간에서 가장 크게 느껴졌습니다.
캐나다 자연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께
6월의 캐나다 여행은 성수기를 피해 여유롭게 자연을 즐기기 좋습니다. 날씨도 따뜻하지만 과하지 않고, 대부분의 트레킹 코스나 국립공원이 본격적으로 개방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활동 반경도 넓어집니다. 하지만 아침저녁은 기온 차가 큰 편이므로, 얇은 패딩이나 바람막이 재킷을 챙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렌터카를 이용하실 경우, 로키산맥 지역에서는 경치 좋은 드라이브 코스가 많아 장거리 운전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단, 일부 도로는 구불구불하고 휴게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연료와 간식은 미리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여행을 마치며
돌아보면, 이번 캐나다 여행은 새로운 관광지를 찾아다니기보다는 자연 속에서 ‘멈춰서 있는 시간’을 즐기는 여정이었습니다. 누군가와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좋았고, 계획 없이 하루를 보내도 좋았습니다. 햇살 좋은 6월, 푸르른 호수 앞에서 마주한 나 자신과의 시간은 무엇보다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바쁘고 빠르게 흘러가는 삶 속에서, 때로는 이렇게 느리고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만약 지금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푸른 호수와 고요한 숲이 있는 6월의 캐나다를 추천드립니다. 그곳에서 분명, 소중한 쉼과 위로를 마주하게 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