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여행한다고 하면 대부분은 파리, 니스, 리옹 같은 대도시를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프랑스의 진짜 매력은 소도시, 그러니까 속도를 늦추고 여행하는 사람의 숨결이 닿는 더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특히 혼자 여행할 때, 대도시의 번잡함보다는 소도시의 여유로움이 더 큰 위로가 됩니다. 혼자 떠나는 프랑스 소도시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자신과 마주하는 조용한 시간입니다. 오래된 돌길,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주민,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 같은 이런 순간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덮어줍니다.
이번 글에서는 혼자서 떠나기 좋은 프랑스의 매력적인 소도시 3곳을 골라 소개해 보았습니다. 낯설지만 편안하고, 조용하지만 풍요로운 여행지로 안내합니다.
1. 안시(Annecy) – 알프스 아래의 물의 도시
안시는 프랑스 남동부에 위치한 도시로, 스위스 국경과 가까우며 ‘알프스의 베니스’라고도 불립니다. 실제로 안시를 걷다 보면 도시 곳곳을 가로지르는 운하와 다리, 그리고 형형색색의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혼자 여행하는 이들에게 이 도시는 ‘고요한 감동’을 가져다 줍니다.
아침에 안시 호수 주변을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빌려 호수를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절반은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물은 맑고 공기는 청명하며, 멀리 알프스의 설산이 보일 때면 정말 자연이 주는 선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시 중앙에는 구시가지가 있어 중세풍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카페, 치즈 가게, 빵집 등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혼자라는 사실이 이곳에서는 오히려 자유입니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풍경이 말을 걸어오고, 그냥 벤치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완벽한 휴식이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재래시장이 열리는데, 현지인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어 더욱 특별한 경험이 됩니다.
2. 콜마르(Colmar) – 동화 속 풍경 그대로
알자스 지역에 위치한 콜마르는 마치 그림책 속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마을입니다. 알록달록한 목조 건물, 꽃으로 가득한 창문,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들. 한 발짝 걷는 것만으로도 포토존이 되는 이곳은 혼자 사진을 찍고 풍경을 바라보기에 가장 이상적인 도시 중 하나입니다.
콜마르에서 가장 유명한 지역은 ‘쁘띠 베니스(Petite Venise)’입니다. 운하를 따라 펼쳐지는 이 지역은 특히 아침과 해 질 무렵이 아름답습니다. 조용히 물 위를 흐르는 배, 물결에 반사된 건물의 그림자, 그리고 봄이면 거리 곳곳을 수놓는 꽃들이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혼자서 커피 한 잔을 들고, 운하 옆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이곳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여행지입니다.
또한 미술관, 지역 미식 체험, 와인 샵 등 혼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습니다. 특히 알자스 와인 루트를 따라 이어지는 소도시 여행의 기점으로 삼기에도 훌륭합니다. 현지의 전통 음식인 ‘슈크르트(Choucroute)’나 ‘타르트 플람베(Tarte Flambée)’를 맛보며 로컬 레스토랑에서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도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입니다.
3. 디엡(Dieppe) – 바다가 주는 치유와 여유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해안에 자리한 디엡은 파리에서 기차로 약 2시간 거리로, 하루나 이틀 일정으로 혼자 다녀오기 좋은 소도시입니다. 다른 프랑스 해안 도시들에 비해 덜 알려져 있어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가 매력입니다.
디엡의 백미는 역시 해변 산책입니다. 자갈 해변과 고요한 바다, 그리고 그 뒤로 펼쳐진 흰 절벽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공간입니다. 파도가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혼자라는 사실이 전혀 외롭지 않게 느껴집니다. 오히려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디엡 성(Castle of Dieppe)에 오르면 도시 전경과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며, 성 내 박물관에서는 이 지역의 해양 역사와 예술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중심가에는 해산물 요리 전문 레스토랑이 많아, 싱싱한 굴, 홍합, 생선 요리를 혼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주말이면 벼룩시장이 열리고, 항구 주변의 어부들과 주민들이 오가는 모습에서 프랑스의 평범한 일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소도시 특유의 느린 시간 속에서 나도 자연스럽게 한 호흡 쉬어가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혼자 떠나는 프랑스 소도시 여행은 단순한 ‘솔로 트립’을 넘어선 경험입니다.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내 시선으로 풍경을 보고, 내 속도로 걸으며, 나에게 맞는 시간을 살아보는 것입니다. 안시의 물결, 콜마르의 색감, 디엡의 파도 소리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혼자이기에 더 풍성한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는 이런 조용하고 깊이 있는 여행을 허락해 주는 나라입니다. 때로는 사람보다 풍경이 더 많은 위로를 주기도 하니까요. 이번 여행에서는 지도에 표시된 관광명소보다, 마음이 향하는 방향으로 발길을 옮겨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나만의 프랑스를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